• 시스토 로드리게즈 – 다큐멘타리 ‘Searching for Sugar Man’의 주인공
  • 조회 수: 13919, 2013.02.26 22:05:39
  • 1970년 세계의 음악이 비틀즈, 롤링스톤즈, 그리고 봅 딜런 등의 출현으로 격변하고 있을 때,

    당시 미국 음악의 중심 도시였던 디트로이트의 서섹스 레 코드는 두 장의 앨범을 출시한다.

     

    그 앨범의 가수 겸작곡가는,  오랜 경험을 가진 제작자들이 디트로이트의 후미진 지역의 ‘하수구(Sewer)’라는 바에서 한눈에 알아보고 발탁한, 무명의 로드리게즈였다. 

    그의 음악은 당시 봅딜런 같은 뮤지션들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호소력과 깊이를 지녔기에,  경험많은 프로듀서들은 ‘대박’을 확신하였다.

     

    그러나, 그의 앨법은 몇 장 팔리지 않았다. 철저한 실패였다. 최소한 상업적인 면에서는.

     앨범은 잊혀졌고, 로드리게즈는 직장을 잃고 다시 디트로이트의 슬럼가에서 노동자로서의 삶을 계속 하게된다.

    물론 앞으로 20년후에 무슨일이 자신에게 다가올 것인지를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한편, 그의 LP 한장은 애인을 방문하던 한 미국 아가씨의 손에 들려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리고 그의 음악은 거기서 엘비스 프레슬리나 사이먼앤가펑클의 것들에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

    더 중요한 것은 남아공에 끼친 그의 음악의 사회적인 영향이었다. 

    자아성찰적이면서도 사회의식적이고 또한 호소력있는 그의 메시지는 당시 인종격리 (apartheid) 독재 정권하에서 경직되어 있었던 남아공을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의 음악은 그 후 20년이 넘도록 남아공의 문화의 일부가 되었고, 사람들은 자연히 그를 아이콘으로 찾았지만

    전하는 얘기는 그가 공연중에 분신을 했다, 또는 권총자살을 해서 세상을 하직했다는 등의 전설같은 이야기 였다. 

    그는 이미 전설이 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것을 받아들이는 듯했지만,

    그의 음악을 몹시 사랑하던 남아공의 몇몇 중년 남자들은 그 전설을 넘어 존재했을 사실을 찾아 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여러 과정 끝에 그들은 그가 디트로이트에 살고 있음을 알게된다. 

    그가 찾은 로드리게즈는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노동자로서, 그러나 큰 영혼을 지닌, 노동자로서 삶을 살고 있었다. 

    아마 다큐멘타리의 가장 압권은 그의 동료도 증언하는, 그의 이러한 삶일 것이다.

    가장 비천한 일을 턱시도를 입고 신성한 것으로 만든다든지, 디트로이트의 이웃을 바꾸기 위해 시의원으로 출마한다던지, 그의 딸들을 데리고 박물관, 과학관을 다니며 잘사는 사람들에 못지 않은 꿈을 준다던지… .

     

    그는 남아공의 초청으로 순회 공연을 떠나게 되었는데 미국에서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American Zero, South African Hero. (신문기사의 제목.)

     

    가족과 함께 남아공에 도착한 그의 공연은 10분이 넘는 관중의 기립박수와 환호로 시작되었다.

    20년이 넘는 기다림이었기에. 죽은 전설의 기적같은 현현이었기에.


    지금 로드리게즈는 칠순이 된 나이이지만 가장 바쁜 미디어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의 음악은 미국에서 재조명 받기 시작했고, 그를 알린 다큐멘타리 ‘Searching for Sugar Man’은 오스카 상 후보에 올랐다. (내 생각에는 받지 않을까.)

     

    부를 갈망하지 않았기에 가장 부자가 된 사람.

    정신적인 풍요로움이 무엇인지, 실천하는 철학이 무엇인지를 함께 보여준 사람.

    남아공에서 20년 넘에 팔린 저작료를 누군가에게 모두 도둑 맞고도, 남아공 순회공연으로 번돈을 모두 가족과 친구에게 나누어준 사람. 

    영화에서 보이는 그의 집은 미국의 다운타운 빈민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잘 것 없는 것이지만, 기타가 놓여있는 그 실내는 너무 평온하고 아늑해 보였다.

     

    이 다큐멘타리는 우연이 만들어낸 기적에 대한 이야기지만, 한편 생각하면 우리가 이 시대에 찾고 기다리던 얘기이다.

    나의 기준에서 볼 때, 시스토 로드리게즈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행복만 남긴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타인의 존경과 사랑을 덤으로 얻은 사람이다.

     

    S.-P.

    2013/2/20


    덧붙이고 싶은 몇가지.

    아 그리고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다큐멘타리 ‘Searching for Sugar Man’의 cinematography에 대해 꼭 언급하고 싶다.

    감성적이다. 여기저기 장면들이 찡할 정도로. 가장 버려진 도시 디트로이트를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담아내다니. 

    촬영감독은 스웨덴인Camilla Skagerström. 흠…여성의 감성이었군.


    물론 나를 가장 감동시킨것은 그의 음악, 세곡 만 추천하면, “Crucify your mind,”
    “I think of you,” 그리고 “Cause.” 특히 I think of you는 다른 노래들과는 달리, 사회의식을 담지 않았지만 정말 가슴저리게 호소력있는 사랑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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