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여섯 용의 비행
  • 조회 수: 9662, 2013.01.28 15: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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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의 괘를 학생들과 같이 잡겠다고 날을 찾고 있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나는 시작이 느린 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게으른 완벽주의자 기질이 농후하지요. 하지만 잊는 법은 없습니다.
      

    1월 초의 어느 일요일 오후,
    전날 토요일 저녁에 책상 서랍에 쌓아 둔 동전 중 깨끗한 것을 골라 비누칠을 해서 깨끗이 닦아 책상 위에 놓아둔 500원 짜리 동전 세 개가,
    남쪽 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마치 ‘점을 치는 것이 길하다’라는 주역의 괘사를 암시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단전호흡을 할 때 쓰는 파란 이불을 마루에 깔고, 우리 실험실을 생각하며 세 개의 동전을 엄지로 튀겨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에는 학이 한 마리만 보였습니다. 앞면이 홀 수 개가 나오면 양 효로 작정했기 때문에 첫 효는 소양이 되겠지요.
    두 번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도 학이 한 마리, 그래서, 소성괘 건 즉 하늘이 아래에 깔리게 됐습니다.
    네 번째 괘도 학이 한 마리만 나왔을 때,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역의 초보도 안 되는 저이지만 주역 괘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역이라는 것은 곧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주역의 괘에 길과 흉을 지나치게 대입하여 집착하는 것은 미망에 빠지는 길입니다.
    주역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미신도 될 수 있고, 자신의 의연한 실존을 건져 올리는 의식도 될 수가 있습니다.


    내가 괴로울 때, 천산둔이나 간위산이 나왔다면 낙담할 일이 아닙니다.
    나의 상황을 제대로 읽어주는 이미지가 나왔으니 좋은 것이요, 무엇보다도 영원히 고착된 상황이란 없다는 주역의 기본철학이 머지 않아 새로운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 때문입니다.
    바르면 길하다. 인내하고 나가면 길하다. 자중한다. 이때 군자는 자신의 삶을 살핀다. 평생 그러할 것처럼 행한다.
    이러한 괘사들은 온갖 잡다한 것들을 괘의 형태에 대입하여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아보려는 인간의 나약함에 굵은 선을 그어주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도 학이 한 마리만 나왔을 때, 나는 선입감을 갖지 않으려 생각을 멈추고 마지막 효를 구했습니다.
    역시 학이 한 마리 ....
    그래서 우리의 새해의 괘는 건위천이 되었습니다.
    두 개의 하늘이 겹쳐있는 형상. 또는 여섯 마리의 용의 형상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변효가 없기 때문에 일단은 괘사에 충실해야겠지만 양이 여섯 개가 있는 괘가 무엇을 상징할 수 있을지는 동양 사상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상상하기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지극한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힘의 원천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들고 마치 연초에 ‘땡이라도 잡은 것’처럼 생각한다면 별이 무수히 그려진 딱지를 들고 좋아하는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나는 차라리 올해 최적화 연구실을 시작하는 우리 여섯 남자를 거기에 대입하였습니다.
     

    올초 우리 연구실은 학생을 받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고심 끝에 여섯 명의 남자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축하합니다. 여러분들은 소수정예 연구팀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지극한 성공을 이끌어 낼 여섯 용의 한 명입니다.


    하지만 그 용의 비상이 수월하지만은 결코 않을 것입니다.
    용이 된다는 것은 그 전에 거쳐야할 온갖 고통의 과정을 이겨낸다는 것임을 우리 유전자 속에 코딩된 민속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것입니다.
    용은 남에게 의지하지 않습니다. 우선 무소의 뿔처럼 홀로 서야겠습니다.
    그래야 다음의 점괘가 의미를 가지겠지요.

     


     

    The Creative works sublime success,
    Furthering through perseve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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